‘국대 GK 이창근 동생서 30경기 32골 득점왕으로’ 이창훈을 만나다 [인터뷰]
2020년 11월 17일 카타르와의 경기에서 A매치 데뷔전을 치른 바 있는 제주 유나이티드의 골키퍼 이창근(28)에게 축구선수 동생이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이들이 많다. 그리고 이 동생이 올해 K4리그에서 30경기 32골이라는 소위 ‘미친’ 활약을 펼쳤다는 사실은 더더욱 모른다.
제주에서 데뷔해 K리그2 안산 그리너스로 이적, 현재는 경기도 시흥시에서 군복무하며 시흥시민축구단에서 스트라이커로 맹활약하고 있는 이창훈(26)을 시흥의 한 카페에서 만나 인터뷰를 가졌다.
▶형 이창근과 축구를 같이 시작한 이창훈
부산 모덕초등학교를 다닌 이창훈은 초등학교 4학년 때 축구를 시작했다. 그러나 이미 형이 축구를 시작했던 터라 부모님의 허락을 받기 쉽지 않았다고. 그래서 형이 친구들과 축구할 때마다 따라다녔다고 한다. 결국 부모님을 설득해 형과 함께 축구를 했다.
그러나 국가대표까지 경험한 형과 연령별 대표도 들지 못한 본인은 분명 달랐다고 말했다. 그리고 축구를 하며 형과 본인의 차이를 인정하게 됐다고. 이창훈은 “나 스스로 인정했다. 이 사람은 악마의 열매를 먹었다. 난 노력형이지만 형은 타고났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하지만 형은 운동할 때 200% 쏟아서 운동하는 모습은 감탄스럽다”며 형의 재능을 인정하는 모습을 보였다.
두살 많은 형 이창근은 올시즌까지 K리그에서 160경기를 뛰었고 지난해 11월에는 국가대표로 데뷔전까지 치른 K리그 정상급 골키퍼가 됐다.
형의 능력을 인정하고 치켜세우면서도 이창훈은 “항상 꿈이긴 하지만 형보다 높은 연봉을 받아보고 싶다. 은퇴하기 전에 연봉 차이를 뒤집어보는 것이 내 마지막 목표다”며 형제 축구선수로서의 경쟁심을 드러냈다.
국가대표 출신의 골키퍼 이창근(왼쪽)과 두살 동생인 이창훈. ⓒ대한축구협회
▶ 순탄치 않았던 프로 생활… 잦았던 포지션 변경
초등학교 시절부터 쭉 윙포워드나 센터 포워드로 활약했던 이창훈은 2017년 제주에 입단할 당시에도 공격수로 팀에 합류했다. 제주에서 이창훈을 눈여겨 본 계기가 된 2017년 대학축구 U-리그에서 수원대학교 소속으로 경기당 한골 이상을 넣으며 득점왕에 오른 기억도 있다. 이창훈은 “당시 득점 2위가 (이)동경(25·울산 현대)였다. 지금은 저보다 훨씬 위에 있지만”이라며 멋쩍은 웃음을 지어보였다.
그러나 제주에서 자리를 잡지 못하고 2018년 K리그2 안산으로 옮긴 뒤 포지션 변경을 하게 됐다. 그 덕분에 후반기 11경기에 출전해 1골을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본인을 공격수로 팀에 데려온 이흥실 전 감독(현 김천상무프로축구단 단장)이 나가고 임완섭 전 감독이 들어온 것. 팀에서의 입지와 포지션 모두 격변했다.
이창훈은 그때를 회상하며 “임 감독님이 오시고 방출명단에 올랐다. 감독님이 세 경기 정도 지켜보시고 내가 필요한 스타일이 아니라고 느끼셨다고 한다”고 당시 암울했던 상황을 떠올렸다.
그러나 이창훈은 포기하지 않았다. 신장 187cm를 자랑하는 이창훈은 센터백으로 전향했고 '근육맨' 팔라시오스(28·포항 스틸러스, 당시 FC 안양)를 상대로 수비수 데뷔전을 치렀다고 했다. "사실 갓 수비수로 바꿨기에 2019시즌은 경기 출전이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마침 안산의 수비수 형들이 모두 부상을 당해 어쩔수없이 제가 뛰어야했고 22경기나 뛰었다"며 웃었다.
2020시즌도 11경기에 뛰며 K리그에 자리를 잡아가던 이창훈이지만 군복무를 해결해야만 했다. 그의 선택은 산업기능요원을 하며 안산과 가까운 시흥의 K4 시흥시민축구단에서 뛰며 선수생활도 이어가는 것이었다.
▶ 시흥에서 다시 공격수로 부활한 이창훈…
K4리그 득점왕 등극
2021년 2월 산업기능요원으로 군복무를 시작한 이창훈은 2023년 1월에 소집해제가 된다. 산업기능요원으로서 회사에서 송풍기를 만드는 일을 하고 있는 이창훈은 일이 끝난 뒤 훈련에 매진한다고 한다. 프로 때에 비해 시간 분배가 훨씬 어렵지만 자신의 축구 인생을 뒤돌아보는
소중한 시간이라고 말했다.
마음의 여유를 가진 이창훈은 산업기능요원으로 군복무한지 9개월 만에 K4리그의 시흥을 K3리그까지 올려놨다. 주위의 믿음에 힘입어 공격수로 다시 복귀한 이창훈은 리그를 맹폭했다. 11경기 연속골을 기록하는 괴력을 선보였다. 시흥은 이창훈의 맹활약과 함께 리그를 2위로 마무리,
내년부턴 K3리그에서 경쟁한다.
처음 경험해본 K4리그에 대해 “사실 처음엔 적응이 어려웠다. 거친 플레이와 빠른 템포에 상당히 당황했다. 그래서 초반 3라운드까지 무득점에 그쳤다”
며 리그 적응에 어려움을 느꼈다고 말했다.
어떤 계기로 반등해 득점왕까지 차지했냐는 질문에 “일단 수비수로 잠깐 활약했던 경험이 도움이 됐다. 공격수가 어떻게 해야 중앙 수비수들이 괴롭힘을 당하는지 알기에 편했다”며 입을 뗐다. “현재 팀에 포항 스틸러스 출신 류원우 형이 있는데 최순호 감독님은 항상 '사이드로 빠지지마! 들어가!'라고 한다더라. 그 말을 듣고 용기를 얻었다. 골을 많이 넣을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다“고
공격수로서의 적극적인 움직임을 반등의 계기로 꼽기도 했다.
이어 “이 팀에 잘 맞았다. 내 성격엔 채찍질하는 감독님보다 기다려주는 감독님들이 더 잘 맞는다. 안산 시절 임완섭 감독님처럼 기다려주고 칭찬해주고 믿어주는 감독님들과 궁합이 좋은 것 같다. 박승수 감독님 역시 비슷한 스타일이다. 믿음을 느끼다보니 중요한 상황에서 골을 차분하게 넣고 있다”고 지도자들의 믿음이 주요했다고 설명했다. 덧붙여 “동료들의 역할이 컸다. 마지막엔 득점왕 레이스를 의식하고 동료들이 나서서 도와주더라”며 30경기 32골이라는 괴랄한 성적의 비결을 귀뜸하기도 했다.
▶ 내 롤모델은 주민규… 득점력과 성장스토리 닯고 싶다
이창훈은 2021시즌 K리그1 득점왕을 차지한 주민규(31·제주)를 닮고 싶다고 한다. 이창훈의 수비수 뒤로 빠져들어가는 움직임, 헤딩, 골 결정력 등은 주민규의 그것과 이미 많이 닮아있다.
이창훈은 “주민규 선배의 움직임을 습득하다보니까 기회가 많이 오더라. 주민규 선배는 활동량이 많지 않아도 득점상황에 항상 있다. 공격수는 볼터치를 많이 하는 것보다 안 보이다가도 한 방 터뜨려 주는 것이 필요하다. 그게 좋은 공격수라고 본다. 가끔 보면 공격수들 중에 불필요한 움직임을 가져가며 체력을 낭비하는 선수들이 있다. 뛰어야 할 때 뛸 줄 아는 선수가 되고 싶다”며 주민규의 장점인 ‘강약조절’과 ‘골 결정력’을 빼닮고 싶다고 말했다.
이창훈이 바라는 본인의 성장스토리는 주민규가 밟아 온 길과 비슷하다. 주민규도 이창훈처럼 고등학교 졸업 후 4년을 대학교에서 보냈다. 연습생 신분으로 고양 HI에서 선수생활을 시작한 주민규는 서울 이랜드와 상주 상무에서의 군복무 기간을 거쳤다. 고양과 서울에서 수비형 미드필더로 활약한 경험도 안산에서 수비수로 뛰어본 이창훈과 비슷하다.
이창훈은 “주민규 선배는 언제나 밑에서 지켜보는 선수들의 ‘롤모델’이다. 연습생으로 시작해 득점왕까지 올라왔다는 점이 존경스럽고 이를 본받고 싶다. 나도 언젠간 선배처럼 되고 싶다”고 말했다.
▶ 한 단계씩 올라가려는 이창훈… 공격수로 자리 잡는다
올해를 정리해달라는 말에 이창훈은 “시흥이 K3리그로 승격하는 시기의 주역이 됐다. 뜻 깊은 일 년이었다. 올해는 '터닝포인트'였다. 가장 적합한 포지션이 무엇인지 깨달았고 축구를 더 잘 알게 됐다”고 입을 뗐다.
이어 “다시 안산으로 돌아간다면 확실한 주전자리를 꿰차고 싶다. 이젠 ‘정통 9번’으로 승부 볼 것이다. 여기서 안되면 끝이라고 생각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덧붙여 "외국인 수비수들을 만날 때마다 피지컬 강화의 필요성을 느낀다. 조규성(23·김천 상무)처럼 탄탄한 몸을 가지고 싶다"며 본인이 생각한 보완할 점을 언급했다.
골키퍼 이창근의 친동생으로 축구를 시작해 포지션 변경과 계속된 하위리그로의 이동까지 순탄치 않은 길을 걸어 온 이창훈. 일주일 뒤 27살이 돼 공격수로서의 전성기가 기대되는 이창훈은 K4리그 득점왕을 차지한 경험을 발판 삼아 더 앞으로 나아가려한다
자료출저
'K4'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22시즌 K리그1 일정 발표,2월 19일 전북-수원FC 공식 개막전 (0) | 2022.01.13 |
---|---|
2022시즌 진주시민축구단 IN&OUT 선수명단및 소개 (0) | 2021.12.27 |
[오피셜]K4리그 고양시민축구단, 구대령 감독 선임 (0) | 2021.12.24 |
[2022 거제시민축구단 IN & OUT]⠀ (0) | 2021.12.17 |
K4 진주시민축구단 한국 국제대학교 감독 이창엽 감독선임 (0) | 2021.12.13 |
최근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