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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 시즌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는 2021 하나은행 FA CUP에서는 모두를 놀라게 한 반전이 있었다. 16강전에서 디펜딩 챔피언 전북현대를 꺾은 3부리그 팀 양주시민축구단이 그 주인공이다. 양주는 모두의 예상을 깨고 당당하게 8강행 티켓을 따내며 이른바 ‘언더독의 반란’을 보여줬다.



    지난 8월, 이런 반전을 고교축구에서도 볼 수 있었다. 서울여의도고, 경기JSUNFCU18, 대구현풍고(대구FC U-18)가 그 주인공이다. 세 팀은 주목받는 강팀은 아니었지만 이번 전국대회에서 좋은 활약을 보이며 공은 둥글다는 것을 몸소 증명했다.

    10년 만의 결승 진출, 여의도고



    2001년 창단한 여의도고는 2011년 제47회 추계연맹전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정상에 오른 경험이 있다. 하지만 이후 10년간 최고 성적은 8강(2019년 금석배)이 전부였다. 본선 진출은커녕 예선 탈락도 종종 경험했다.



    하지만 이번은 달랐다. 제52회 부산MBC 전국고등학교축구대회에 출전한 여의도고는 2승 1무를 기록하며 조 1위로 16강에 진출했고, 본선에서도 단 2실점만을 기록하며 결승에 올랐다. 비록 결승에서 패배하며 준우승에 그쳤으나 굉장한 반전임에는 분명했다.



    여의도고 황득하 감독은 “올해 코로나19 때문에 어려움이 많았다. 그 후유증이 있었기에 이번 대회에서 결승까지 올라갈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그래도 선수들이 좋은 모습을 보여준 덕분에 준우승까지 할 수 있었다”며 소감을 밝혔다.



    여의도고의 선전이 놀라운 이유는 한 가지 더 있다. 여의도고는 이번 대회를 대비한 단체 훈련을 한 번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황득하 감독은 “대회를 한 달 정도 남겨두고 코로나 4차 유행이 시작됐다. 교육부 지침에 따라 4명씩 훈련을 하는 수밖에 없었다. 단체 훈련은 한 차례도 하지 못했다. 연습경기도 전혀 못 뛰었다”고 밝혔다.



    어려운 상황에서 대회에 출전한 여의도고는 본선에 진출하자마자 부산부경고라는 우승 후보를 만났다. 하지만 여의도고는 이 위기를 기회로 만들었다. 황득하 감독은 “가장 힘들었던 경기가 16강 부경고와의 경기였다. 부경고는 전력적으로도 우승에 근접한 팀이었다. 쉽지 않은 상대였던 만큼 이기고 나니 동기부여가 더욱 컸다. 다른 팀도 아니고 우승 후보를 이겼다는 것에 선수들의 자신감이 많이 높아졌고 덕분에 결승까지 올라갈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를 통해 여의도고는 새로운 희망을 봤다. 더 이상 언더독으로 남아 있지 않겠다는 것이 황득하 감독의 각오다. 그는 “이번 대회는 수비에 좀 더 초점을 뒀다. 이제는 공격 조직력을 더 발전시켜서 꾸준히 좋은 성적을 가져오는 팀을 만들어보고자 한다. 그 과정에서 프로 선수도 많이 육성하고 싶다”고 밝혔다.





    창단 최초 결승 진출 JSUN, 클럽 선두주자를 꿈꾼다



    창단 6년차의 JSUN은 고등리그 참가 첫해에 2위를 기록하고 왕중왕전에 참가해 16강까지 오르며 이름을 알렸다. 하지만 이후 성적은 다소 부진했다. 예선 탈락도 종종 경험한 JSUN은 올해 치러진 직전의 무학기 대회에서도 예선 탈락의 쓴맛을 봐야 했다. 리그에서는 무패 우승도 경험했지만 전국대회의 벽은 높았다.



    하지만 JSUN은 8월 열린 제43회 문화체육관광부장관배 전국고등학교축구대회에서 반전을 보여줬다. 수비 조직력을 다듬은 JSUN은 준결승까지 7경기에서 단 3실점만을 기록하며 경쟁력을 보였다. 창단 첫 결승 진출에 성공한 JSUN은 우승까지 기록하진 못했지만 고교축구 강호라 불리는 경기용인시축구센터U18덕영을 상대로 좋은 모습을 보이며 대회를 마쳤다.



    JSUN의 장민석 감독은 “선수층이 얇아서 대회를 치르기 쉽지 않았다. 하지만 선수들이 열심히 해줬다. 열심히 하면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다는 걸 증명했다고 생각한다. 준우승이 아쉽긴 하지만 그래도 기분 좋게 대회를 끝냈다”고 소감을 밝혔다.



    장민석 감독은 JSUN의 창단 첫 결승 진출이 가능할 수 있었던 데에는 지도자들의 헌신이 컸다고 밝혔다. 그는 “지도자들이 정말 열심히 해줬다. 경기장에서 선수들이 자신 있게 하고 싶은 모든 것을 쏟아낼 수 있도록 선수들을 많이 북돋아 줬다. 할 수 있다, 괜찮다는 말을 많이 해줬는데 그런 말 덕분에 팀이 더욱 끈끈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JSUN은 더 큰 미래를 본다. 장민석 감독은 “준우승까지 경험했으니 이제 우승만 남았다. 내년에 다시 한 번 도전해고자 한다. 또한 JSUN을 클럽의 선두주자로 만들고 싶다. 금방 없어지고 마는 클럽이 아닌 체계화된 시스템 속에서 선수들을 육성할 수 있는 팀으로 키우고 싶다. 지금도 학년별 지도자를 두거나 센터를 건립하는 등 백년대계를 세우고 있다. 클럽에도 가능성이 많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며 굳은 각오를 밝혔다.





    프로 산하에도 반전은 있다, 현풍고



    2009년 창단한 현풍고는 대구FC의 프로산하 팀이다. 2009년 창단 3년차에 청룡기 우승을 경험하고 다른 전국대회에서도 4강이나 준우승을 기록하는 등 나쁘지 않은 성적을 보여줬다. 하지만 문제는 프로 산하 팀 사이에서의 경쟁력에 있었다. 프로 산하 팀들은 K리그 주니어에서 경쟁을 펼친다. 역사와 전통의 강호로 이름난 다른 팀들 사이에서 현풍고가 살아남기는 쉽지 않았다. 그 때문에 왕중왕전도 창단 10년이 넘도록 한 번밖에 경험하지 못했다. 프로 산하 팀들만 참가하는 대회, K리그 U18 챔피언십에서도 성적은 비슷했다.



    하지만 현풍고는 이런 부진을 이겨내고 2021 K리그 U18 챔피언십의 우승 트로피를 들었다. 현풍고는 예선에서 1승 1무 1패 3위로 가까스로 16강행 티켓을 땄지만 이후 좋은 기세로 결승까지 진출했다. 결승전 상대였던 광주금호고(광주FC U-18)를 상대로 질식 수비를 보여준 현풍고는 승부차기 끝에 정상에 자리에 올랐다.



    현풍고의 이문선 감독은 “아직도 얼떨떨하다”며 웃었다. 그는 “예선에서 쉽지 않은 팀들과 만났다. 그랬기 때문에 원래 목표는 본선 진출이었다. 우승까지 할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 하지만 경기를 치를수록 선수들이 발전하는 게 보이더라. 덕분에 우승까지 할 수 있었다. 정말 행복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창단 첫 챔피언십 우승에는 지도자들의 헌신과 선수들의 전술 이해가 큰 몫을 했다. 이문선 감독은 “코치진이 정말 열심히 했다. 각자의 자리에서 잠도 줄여가며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 특히 영상 미팅을 위해 밤늦게까지 편집을 하곤 했는데, 선수들이 시각적으로 분석 자료를 보면서 전술 이해도가 높아졌다. 시즌 시작하면서 전술 변화를 줬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선수들의 이행 능력이 높아진 것도 우승의 요인 중 하나인 것 같다”고 말했다.



    현풍고에서 코치 생활을 하던 이문선 감독은 올해부터 감독 자리에 앉게 됐다. 감독 부임 첫 시즌에 우승까지 거둔 것이다. 그는 “감독으로 부임하며 선수들하고 교감을 많이 하려고 했다. 지도자와 선수 사이에 벽을 두지 않으려고 했다. 전술적인 면에서도 변화를 줬다. 개개인에게 맞춤 전술을 부여하며 섬세한 경기 운영을 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우승까지 거둔 현풍고지만 시즌 초반에는 쉽지 않았다. 이문선 감독은 어려움을 극복하는 데는 주위의 많은 도움이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올 초에 성적이 좋지 않았는데도 구단에서는 감독인 나를 많이 믿어줬다. 학교에서도 체육보건부장님을 비롯한 관계자분들이 정말 많은 도움을 주셨다. 선수들도 성적을 못 내는 것에 미안해하며 어떻게든 좋은 결과를 내려고 의지를 보였고, 팀을 위한 희생정신도 보여줬다. 그런 것들이 챔피언십 우승까지 이어졌다. 모두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며 마음을 표했다.



    현풍고는 프로 산하 팀인 만큼 명확한 목표를 가지고 있다. 이 감독은 “프로팀에서 뛸 수 있는 좋은 선수를 많이 육성하고자 한다. 성적도 중요하지만 유소년 팀의 역할이 있는 만큼 프로에서도 통할 수 있는 경쟁력 있는 선수를 많이 배출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공은 고교축구에서도 둥글었다. 영원한 강자도, 영원한 약자도 없다. 발전과 성장을 위해 수많은 팀들이 노력한다. “열심히 하면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다”는 믿음이 기적 같은 반전을 일으켰다. 앞으로 고교축구에서 또 어떤 반전을 볼 수 있을지 기대된다.

    글=성의주 KFA 인턴기자

    사진=황득하 감독 제공, 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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