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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티모르서 '맨발의 꿈 20년' 김신환 감독 이야기

    사람이 태어나 이름 석 자를 남길 수 있다는 게 얼마나 자랑스러운 일인가.”



    영화 ‘맨발의 꿈’으로 잘 알려진 ‘동티모르의 히딩크’ 김신환 감독은 올해로 동티모르 생활 20년 차를 맞았다. 인도네시아로부터 갓 독립한 약소국이었던 동티모르에 사업차 방문했다가 우연히 운명처럼 유소년 축구팀을 맡게 된 김신환 감독은 강산이 두 번 변하는 동안에도 동티모르와 동티모르 축구에 변함없는 열정을 쏟고 있다.

     

    유소년 시절 김신환 감독에게 지도를 받았던 선수들은 이제 동티모르 남자 국가대표팀에서 활약하고 있다. 김신환 감독은 전화 인터뷰에서 “제자들의 성장을 지켜보면서 큰 자부심을 느낀다”며 웃었다. 그는 “동티모르와 같은 저개발국은 축구 인기가 높음에도 인프라를 잘 갖추지 못해 선수 육성에 어려움을 겪는다. 더디지만 조금씩 발전하는 모습을 보며 보람을 느낀다”고 밝혔다.

     

    오랜 시간 동티모르 생활을 이어올 수 있었던 원동력을 묻자 김신환 감독은 “돈이나 금전적인 성공을 생각했으면 하지 못했을 일”이라고 답했다. 그는 “지금 생각해보면 나 또한 젊었을 때는 돈이나 성공에 대한 욕심이 많았던 것 같다. 이곳에 와서 그런 게 차츰 없어졌다. 동티모르 축구를 어떻게 하면 더 발전시킬까 그뿐이다. 남들은 내게 고생한다고 하지만, 사람이 태어나 이름 석 자를 남길 수 있다는 게 얼마나 자랑스러운 일인가”라며 동티모르의 삶에 만족해했다.

     

     


     

    김신환 감독은 “힘든 시절도 있었지만 살다보니 행복해졌다. 풍족하지는 않지만 마음이 편하다. 마음이 행복하니 문제없다. 한국에서는 이렇지 못했을 것 같다. 이곳에서 돈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됐다”면서 “내 언행이 한국에 대한 이미지가 될 수 있기 때문에 항상 조심하면서 열심히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신환 감독은 “처음 십여 년은 월급 없이 일했다. KFA의 지원이 생긴 덕분에 이렇게 장기간 일할 수 있게 됐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KFA는 해외 지도자 지원 사업을 통해 상대적으로 축구 인프라가 낙후된 국가에 한국인 지도자를 파견하고 지도자 급여를 지원함으로써 해당 국가의 축구 발전을 돕고 지도자의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김신환 감독은 20년째 동티모르 유소년 축구를 이끌고 있다.
     

    4년 전부터 동티모르 여자 국가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이민영 감독도 김신환 감독과의 인연으로 동티모르에 파견됐다. 이민영 감독은 지도자 교육을 함께 받았던 김신환 감독을 도와 2017년 동티모르 남자 U-19 대표팀의 한국 전지훈련 당시 코치를 맡았고, 이듬해 동티모르 현지에 합류하게 됐다. 현재는 동티모르 여자축구 전반을 총괄하고 있다.

     



    김신환 감독은 “최근 한국 정부 지원으로 동티모르에 스포츠센터 설립이 추진되고 있다. 환경이 잘 갖춰진다면 남자축구와 여자축구 모두 더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며 “체계적, 과학적 선수 육성 시스템을 만들고자 한다”고 밝혔다. KOICA(한국국제협력단)와 동티모르 체육청소년청은 2020년 8월 '동티모르 스포츠를 활용한 아동발달사업' 업무 협약을 체결하고, 아동·청소년의 스포츠 참여 확대와 전인적 발달에 힘쓰고 있다.

     

    “아직 할 일이 많다”며 웃은 김신환 감독은 “현재 동티모르 유소년 축구는 동남아시아에서 어느 정도 경쟁력을 갖게 됐지만, 그것인 성인 국가대표팀으로는 잘 연결되지 않고 있다. 축구팀이 많지 않은 것도 문제고, 선수와 지도자에 대한 처우, 문화적인 이유도 있다. 동티모르 정부, 축구협회와 꾸준히 소통하면서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은퇴하는 날까지 내 역할을 다하고 싶다”며 여전한 도전정신을 드러냈다.


    글=권태정

    사진=김신환 감독 제공

    -자료출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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